2009. 2. 10. 20:23ㆍ좋은글
너를 위한 노래 1...신달자 너를 향해 무슨 소리 하나 내고 싶다.
너를 위한 노래 5...신달자 한 발자국만 가면 수심 깊은 강 이 쯤에서 너의 이름을 부른다. 바람이 지나온 세월을 찢고 있다 아직은 다 죽지 못해서 내 피 섞인 시간들 울부짖으며 뜯기며 넝마가 되네. 바람은 내 충직한 하수인 흉물스러운 모습들 내 등뒤로 날라 보냈는지 경건히 남은 목숨을 내어 놓고 수심 깊은 강에 먼저 마음이 걸어가는 고요한 명목의 시간 바람도 나와 같이 무릎꿇는다. 하늘의 초승달 은빛 칼처럼 내려다본다 내 무엇을 숨길 수 있으랴 어디를 간들 바람을 피하며 혹은 하늘의 시선을 거스를 수 있느냐 내 이미 수심 깊은 강에 들어섰으니 그대여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를 뿐.
너를 위한 노래 6 ...신달자 그 순간이다. 내 몸 안에 상한 새들 푸드득거리며 일제히 날아오르고 내 손등에 떨어지는 빛 바랜 깃털들 어디선가 비춰지는 오묘한 색을 받네. 이상하다. 그냥 몽롱했어. 세상이 정지하고 있었어. 그러나 언 땅을 들어올리는 봄의 힘이 발끝을 뜨겁게 하고 있었어. 방향을 알 필요는 없었지만 방향 몰라 나는 두리번거리며 서서 손을 들어 올리면 무지개라도 잡힐 듯했지. 그래 그 순간이었어. 우주가 나를 덮치는 것 같은 너의 목소리를 내가 들을 때.
너를 위한 노래 7 ...신달자 출근시간 오산을 지나는 고속도로는 안개로 자욱하다. 그저 오산쯤을 지나간다는 예감 위로 무겁게 다가오는 지상의 구름 그것은 그저 손을 들어라 한다 회색 고문이 무슨 자백을 들으려는지 길에 영문 모를 불을 놓고 있네 내가 먼저 저 위험 거두려면 입 열고 말아 앞을 막고 버티어 선 저 명령 복종하면 하얗게 길 밝혀지는지 그러나 그대여 나는 저 안개에 파묻혀 서럽게 누울지라도 말못하겠네 너에게도 전하지 못한 내 생애 마지막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너를 위한 노래 8 ...신달자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사람 앞에서 절로 말이 되는 법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사람 앞에서 절로 바람이 되는 법. 너는 알지 몰라 밤11시 경부고속도로 미친 듯 달리는 불빛물결 속에서 나 한마디 말 껴안고 겨우 어둠을 가르는 것을. 영혼의 봉헌처럼 엄숙하게 말의 완성에 이르는 하나의 말 진통 끝에 태어나는 따뜻한 생명 그대여 나는 지금 사무친다.
너를 위한 노래 9 ...신달자 산은 산만큼의 말줄임표 침묵 속에서 차고 빛나는 하나의 정신으로 남기 위해서 나는 나의 사랑만한 말줄임표
너를 위한 노래 10 ... 신달자 문 잠긴 방에도 새벽 오듯 창 없는 감옥에도 봄 오듯 눈감고 있는 내게 너 온다. 빛의 속도로 어둠을 뚫고.
To Dori / Stamatis spanoudakis.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