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2. 12:30ㆍ영화이야기
난 연예인의 이름을 잘 기억 못한다.
주인공 이나영에게서 느끼는 이미지는 채시라의 느낌과 비숫하다.
광고스타 채시라가 영상시대에서 빛을 발하던 것은 여명으로 기억한다.
일본 배우 오다기리죠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부딪히는 이나영의 몽우병 현상을 통해 이기적인 사랑 때문에 생기는 자기집착, 그리고 간절함을 통해 꿈으로 이어지는 슬픈 사랑은 현대인의 인스턴트 사랑에서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기덕 감독의 환상적인 영상 작업을 지켜보는 기쁨과 조연으로 빛을 보태는 장미희의 색다른 변신에서 '엄마가 뿔났다'에서의 영상이 겹쳐지면서 새로운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흰색과 검은색은 같은 색이란 백흑동색(白黑同色) ??
죽으면 꿈도 사라진다.
나비가 보인다.
한강과 정신병동의 죽음을 통한 일체화
비록 늦은 시간의 시사회였지만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여운을 남겨준 추억에 감사하면서
다음은 씨네 21 리뷰란에 송효정 씨가 쓰신 글을 옮긴 것이다 ..
전각 새기는 남자는 나비 날개 모양의 '아닐 비'(非) 아래 '꿈 몽'(夢)을 새겨 넣는다. 나비 꿈 혹은 꿈
아님. 이어 세심히 비(非) 아레 '마음 심'(心)을 새겨 넣으니 슬픈 꿈(悲夢)이라는 낱말이 조합된다.
처절함에서 처연함으로 정념의 좌표를 이동시켰으나 사랑과 적대감의 양면성, 순환과 재생의 메세지
에 집중하는 김기덕 감독의 일관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그의 영화들은 서서히 악몽의 세계에서 푸른
감수성이 스며든 비몽의 세계로 이행하고 있다.
남자 진(오다기리 조)이 꿈을 꾸면 몽유 상태의 여자 란(이나영)이 그 꿈을 실행한다는 설정으로 영화
는 시작한다. 옛 애인을 따라가다가 교통사고를 내는 꿈에서 깬 남자는 사고 현장을 찾아간다. 뺑소니
혐의로 잡힌 여자는 몽유 상태에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정신과의사(장미희)
둘이 본래 한몸이며, 한명이 행복해지면 다른 한명이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꿈에서도 옛
연인을 그리워하고 반면 옛사랑을 증오하는 여자는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밤마다 옛 연인 집의 문
턱을 넘는다.
사랑에 관성이 있듯이 증오에도 관성이 있다. 진은 간절히 사랑의 지속을 갈구하나 란은 단호히 사랑
의 단절을 욕망한다. 그리하여 남자는 숙면을 원하고 여자는 그의 불면을 요구한다. 이렇게 서로 반대
인 이 둘은 도상적으로도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남자는 검은 옷을 여자는 흰 옷을 그리고 이 둘을 중
재해주는 의사는 검정과 희색이 섞인 옷을 입고 나온다. 이러한 분명한 대칭과 더불어 영화의 주된 특
징은 기존 영화에 비해 상당히 장식적이라는 점이다. 인장을 파는 것이 없인 진과 의상을 만드는 것이
업인 란은 현대적으로 개축된 한옥에 살며 이곳은 그들의 작업공간인 동시에 주거공간이기도 하다.
그들이 낮과 밤에 배회하는 마을도 한옥마을이며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경찰서조차 한옥이다. 첫 장
면인 교통사고 장면을 제외하고는 현대적 공간과 구조물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현대적 복식의 인
물들이 오히려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만큼 영화는 철저히 한옥 공간을 선택적으로 운용했다. 가회동
한옥마을, 혜화동 주민센터, 보광사, 성북동 이태준 생가 (수연산방) 등 고전적이지만 동시에 현대적
인 한옥 건물들은 기이하게도 탈시간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감독 스스로 가장 압축적인 장면이라고 언급한 갈대밭 신에서는 진과 그의 옛 연인, 란과 그의 옛 연
인인 이 네 사람의 관계를 진과 란이라는 두명의 관계로 치환해 보여주고, 이 둘도 다르지 않음을 보
여준다. 이러한 태칭과 합의 구조는 이 장면에서 뒤바뀐 두 인물의 도상적 색채를 통해서도 명시적으
로 드러난다. 진과 란의 깍지 낀 손가락의 형상과 수갑으로 연결된 두 사람의 손의 형상은 현실과 꿈
의 대칭적 데칼코마니인 양 나비 모양이다.
영화 내내 오다기리 조는 일본어, 나머지 배우들은 한국어로 연기하나 묘하게도 소통은 지극히 자연
스럽다. 이야말로 열다섯 번째 작품 '비몽' 에 담긴 김기덕 감독의 숨은 욕망이 아닐까. 대중에게 여전
히 다른 언어로 들릴지 모르지만 김기덕의 언어는 분명 소통을 향해 개방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때
깔 좋은 한옥마을로 공간을 옮겼고, 보임새는 오다기리 조와 이나영이라는 스타의 비주얼과 양식화된
실내 공간 스타일로 곱고 화려해졌다. 그리하여 김기덕의 영화를 견고하게 만드는 잔혹한 힘의 근원
인 칼날과 송곳이 전각가의 작은 조각칼과 의상 디자이너의 시침용 핀으로 축소되어 버린 듯 해 맥이
빠지는 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tip/ 애초의 의도 두가지. 감독은 오다기리 조의 일본어 대사를 자막없이 상영하고 싶어했으
나 실제 영화에서는 자막이 제공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나비 역시 감독은 본래 넣
고 싶어하지 않아 언론시사회 때 나비 없는 비전을 선보였으나, 일반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
해 개봉 버전에는 나비의 그래픽을 삽입했다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버킷리스트(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수정했슴~!! 시간이 되는 친구들은 봐 주기를.. (0) | 2009.02.26 |
---|---|
[스크랩] 점점 예뻐지는 얼굴~ 장쯔이 (0) | 2009.02.12 |
[스크랩] Moon River(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오드리햅번 (0) | 2009.02.12 |
[스크랩] 토탈 영화 사이트 (0) | 2009.02.12 |
[스크랩] 양조위 - 정스러운 울림이 있는 남자... (0) | 2009.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