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가 ~

2009. 2. 10. 22:33좋은글

** 한계령을 위한 연가 **

- 문정희 -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거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바를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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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좋은글/좋은나눔터
글쓴이 : 까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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