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풍경 / 이외수

2009. 2. 10. 20:31좋은글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한 모금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늘 봄 또한

그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문득 고백하고 싶었어

봄이 온다면

날마다 그녀가 차리는 아침 식탁

내 영혼

푸른 채소 한 잎으로 놓아겠다고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점화도니는 영혼의 불꽃

그대는 알고 잇을까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 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아직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고 싶드는 생각

이게 바로 지적이라는 건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가을이 오면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자락으로 걸어 두겠네

 

팔이 안으로만 굽는다 하여

어찌 등 위에 잇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출처 : 58오지탐험대
글쓴이 : 구정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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